앞에서 노자가 강조하는 常(상)의 ‘변치 않는 자세’란 바로 지도자가 위에서 열거한 道(도)의 구성요소들을 변치 않고 일관되게 행하는 것을 뜻하니, 이는 다름 아닌 초지일관의 자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노자는 55장에서 이제 이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느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함께 하는 和(화: 조화로움)를 아는 것이 바로 변치 않음의 常(상)을 실천하는 것이고, 그러한 변치 않음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순일한 덕을 밝히는 것이며, 백성들의 생계를 이롭게 하는 것을 상서로움이라 하고, 마음속의 의지가 기백을 따르는 것을 이르러 자애로움이 내포된 단호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常(상)의 ‘변치 않는 자세’는 단순히 초지일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和(화) 및 德(덕)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서, 위의 구절 마지막에 언급된 氣魄(기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의 설명에 의하면 氣魄(기백)은 鬼神(귀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인데, 鬼(귀)란 생명체가 죽은 후 흙에 들어가 썩어문드러지는 陰(음)의 육체를 말함이요, 神(신)은 그 육체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가는 陽(양)의 영혼(혼령)을 말함이니, 귀신과 기백은 ‘음’과 ‘양’의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서, 중국 고대 전적들에 등장하는 귀신이란 바로 선조들의 육체와 영혼을 말하는 것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윗 구절의 “마음이 기백을 따르는 것을 강함이라고 한다.”라는 말의 함의는, 진정한 强(강)함이란 자애로움의 부드러움과 단호함의 강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니, 다름 아닌 德(덕)을 말하고 있는 것임 역시 알 수 있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인데, 이러한 현상은 태평성대를 이끈 지도자들의 통치이념 즉 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변치 않고 장구히 유지하는 것이 도인데, 이처럼 강대해지면 곧 쇠퇴하는 것은 도에 부합되지 않으니 일찌감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백성들은 법과 제도로 억압하여 통제하는 지도자보다 항상 말과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자애로운 덕을 베푸는 지도자를 더욱 따르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지도자가 말과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백성들 아래에 두기 때문이다. 

이 구절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떠올려봄직 하다. 만약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자애로움으로 감싸고 보필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온달장군을 인식하고 나아가 기억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랑을 이야기 할 때, 흔히들 강함의 부성애보다는 부드러움의 모성애를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들이 일을 처리할 때 종종 거의 끝에서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처럼 초지일관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 결코 일을 망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시경(詩經)]의 <대아(大雅), 탕(蕩)>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시구를 보면, 옛 중국사람들이 얼마나 초지일관의 자세를 강조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천성을 어기고 사리사욕과 제도로 억압하는 통치는 결국 나라에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도로 백성들을 다스리면 결국 나라를 오랫동안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통제하는 정치는 망하고 순리에 따르는 정치는 흥한다는 이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 역시 준칙이 되는 것이니, 변치 않고 항상 이러한 준칙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것을 심오한 덕이라고 한다. 

백성들의 천성에 순응하여 다스리는 것이 정치이다. 지도자가 형벌과 제도를 강화하여 억압하니, 백성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여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더 이상 어떠한 형벌과 제도를 더 강화하여 백성들을 억압할 수 있겠는가? 나와 같이 도를 이해하는 성인이 천성에 따라 다스림으로써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하고, 또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모두가 수긍하는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처벌한다면, 어느 누가 감히 또 그러하겠는가? 형벌이라는 것은 태평성대를 이끈 성인들처럼 백성들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공정하게 판단하여 내려야 모두가 수긍하는 것이니, 만약 백성들이 따르는 지도자가 아닌데 형벌을 내린다면, 이는 마치 전문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것과도 같다. 태평성대를 이끈 성인들처럼 백성들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아닌데도 함부로 형벌을 내리고 또 모두가 수긍하지 못하면, 이는 마치 전문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면 손을 다치게 되듯이,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따라서 정치는 반드시 정치그릇이 있는 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위의 문장과 관련하여, 다음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따라서 노자는 줄곧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해 불만을 지녔으니,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 즉 태평성대를 이끈 성인들과 같이 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들로 하여금 정치를 하게 하면, 더 좋은 사회 즉 태평성로 복귀하게 되어 보다 나은 안녕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전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한 중국어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기억하는가? 包靑天(포청천)이란 인물은 宋(송)나라 때의 부패한 정치가들을 엄벌에 처하고 백성들의 입장에서 지역을 다스린 淸白吏(청백리)이다. 특히 자신의 친척이 얽힌 訟事(송사)에서조차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판결을 내림으로써, 친척에게 유죄를 선고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왜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고도 또 지극히 타당하다. 바로 국민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기본적인 삶에 대한 보장’을 요구한 것이고, 나아가 “정치와 법적 판결은 국민들이 신뢰하는 이가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염원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천성에 따르는 통치이념인 도는 공정하고도 객관적이니, 항상 순일한 덕을 베푸는 지도자와 더불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노자가 이 문장에서 밝히는 바는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고전적인 도리인 것이니, 항상 변치 않는 자세로 일관되게 어질고 선량하며 정성을 다하고 “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常(상)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