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본성은 무엇일까. 실로 오랜 기간 동안 곱씹어졌을 법한 화두이다. 이에 대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은 이익을 따르는[貪利的] 존재이지, 암～!”이라 말한 이가 있다. 우리에게 법가(法家)사상의 집대성자로 알려져 있는 한비자(?～233 BC)가 바로 그다. 

법가라고 할 때의 법은 단지 법(law)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을 포함한 사회제도 일반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법가 하면 권모술수 등 비인간적 면모가 주로 운위된다. 법대로 한다는 명제에선 싸늘함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 유학자들에게 구박을 받아서 생긴 오해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법가가 사람을, 또 세상을 ‘차갑게’ 바라보았기에 초래된 인상이라고 봐야 할 듯싶다. 한비자도 법가답게 사람이나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가령 그는 사람과 세상에 도덕의 옷을 덧씌우려 하지 않았다. 선악의 잣대를 넘어 만물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응시했다. 그런 시선으로 사람에 대해 통찰해낸 결론이 ‘탐리적’ 본성이었다. 

이는 주류인 유가가 사람 본성을 규정한 것과 차원을 달리하는 이해였다.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의 예에서 극명하게 보이듯, 유가는 사람 본성에 대해 선악이라는 잣대를 항상 들이밀었다. 특히 성리학의 영향이 지대했던 우리는, 지난 시절 내내 사람의 이러한 본성에 악(惡)이라는 멍에를 씌우며 배척하기까지 했다. 선함과 이익 추구가 상충되는 것이 아님에도, 또 선함을 기리는 이유가 그것이 이롭기 때문임이 분명함에도 유학은 악이란 딱지를 일관되게 붙여왔다. 사람도 생물인지라 본능적으로 물질적 이익에 쉬이 매몰됐기에, 이익 추구를 아예 백안시했던 것이다.  

맹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더욱 근본적 차원에서 사람 본성을 이익 추구와 떼어 놓았다. 그는, 사람이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고 생각조차 품은 적이 없었음에도, 나면서부터 부모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지력과 능력을 지녔다고 보았다. 이를 그는 양지(良知), 양능(良能)이라 명명했으니, 사람이 타고난 그대로 존재하며 행하는 것에 선량하다[良]는 딱지를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비자가 보기에, 자연 만물이 그러하듯 사람도 타고난 그대로 존재하며 행할 따름이었다. 이를 두고 선하다느니, 악하다느니 하는 건 그저 신의 영역을 범한 사람의 오만에 불과했다. 

만물은, 자연이 정해놓은 법칙에 의거해 타고난 본분대로 살아가고 존재한다. 토끼는 왜 우린 허구한 날 잡혀 먹히기만 하냐며 불평하지 않으며, 소나무는 왜 우린 알록달록 치장 한 번 못하고 일생을 마치냐며 투덜대지 않는다. 

만물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만이 투덜댄다. 타고 나길 생존에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것을 욕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문명도 일구고, 알량한 물리적 능력임에도 만물을 지배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어찌 보면 사람들이 품은 욕망의 총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재화의 총량보다 같거나 적으면 문제될 게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인류 역사상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욕망의 총합이 재화의 총량을 훨씬 상회했다. 한비자가 문제 삼은 대목이 바로 이점이었다. 사람의 본성이 악하다면, 그건 생존에 필요한 탐리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하늘이 정해놓은 본분 이상을 탐하는 바로 그 속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입각하면, 인간사 온갖 병폐는 이로부터 비롯되는 셈이다. 악이란 딱지를 붙이려면, 탐리적 본성이 아니라 본분을 넘어선 욕망, 곧 탐욕에 붙여야 한다. 한마디로, 탐욕을 부리지 않는 한 탐리적 본성은 무죄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탐욕을 제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여 한비자는 본분을 넘어서는 욕망을 구조적으로 제어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타파하고자 했다. 그는 자연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은, 만물이 타고난 자리에서 주어진 직분 이상을 욕망하지도 않고, 직분 이하로 게을리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하게 된 시스템이었다. 그는 자연에 상존하는 불평등은 문제 삼지 않았다. 토끼가 맹수로부터의 위협을 무릅쓰고, 또 맹수는 필요 이상으로 토끼를 잡아먹지 않기에, 자연은 큰 틀에서 평형을 이루며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눈엔 불평등하게 보이지만, 각자 타고난 본분대로 산다는 점에선 동일하다고 본 셈이었다.

한비자는 인간 사회를 그와 같이 시스템화 할 수 있다면, 과도한 욕망으로 인한 폐해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가 자연을 판박이 한 사회 시스템을 제안한 까닭이다. 사람들에겐 그런 시스템의 일부로서,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타고난 자리에서 주어진 직분만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갈 것을 요구했다. 평민은 평민의 자리에서, 관리는 관리의 자리에서 또 군주는 군주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요구된 바, 그 이상을 또 이하를 욕망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선 사람의 탐리적 본성을 인정해야 했다. 이를 악하다며 억제하면, 주어진 직분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곧 자연처럼 존재하고 살아간다는 한도 내에서 사람의 이익 추구 본성을 긍정한 셈이었다. 

자연을 복사한 사회 시스템의 구축, 그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돌리는 데 요청되는 탐리적 인성의 제시. 한비자의 이러한 이상사회 구상에는 가령 계층 간, 신분 간 수직적 이동은 물론 수평적 이동의 가능성조차 담보되어 있지 못하다. 그는 왜 이런 차갑기 그지없는 구상을 내놓게 된 것일까.

그가 살았던 시대는 도합 일곱이나 되는 강대국이 중원의 패자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다퉜던 전국(戰國)의 혼란기였다. 공자의 어짊이나 용서, 맹자의 의로움이나 왕도정치 같은 덕목이 비현실적 이상으로 치부된 지 이미 오래된 시절이었다. 현실에서는 단지 치자의 부국강병을 향한 욕망과 피치자의 편히 살고자 하는 욕망이 부딪히며 동탕대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간단없이 벌어졌던 지배층과 피지배층 상호간에, 그리고 그들 각각의 내부에 얽히고설켰던 욕망들의 충돌! 

그러한 충돌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을 탐리적 존재가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정의한다는 건 현실감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극도의 혼란기였기에 그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러한 시대가 가능한지는 많이 의심되지만, 평화로운 시대라 할지라도 사람을 탐리적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실제에 더 부합하는 판단이었다. 은연중이든 분명하게든 간에 당시 지식인 가운데 상당수는 인간의 탐리적 본성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었음이 이러한 판단을 지지해준다. 그들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이익을 탐하는 사람의 본성에 대한 상이한 진단과 평가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비자는 인간 본성을 이익을 탐한다고 규정했을 뿐, 그러한 탐리적 본성에 대해 그 어떤 윤리적 잣대도 들이밀지 않았다. 사람인 이상 지닐 수밖에 없는 탐리적 본성을 입론의 출발점으로 삼을 따름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간 본성을 선하다거나 혹은 악하다고 규정하는 순간, 사람은 선을 수호하기 위해서 또는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 자신과 부단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자신과의 싸움이 곧잘 타인과의 싸움으로 전이된다는 데에 있다. 사회적 힘이 있든 없든 간에, 타고난 선한 본성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생각에 젖어드는 순간 상대방은 바로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자로 쉬이 간주된다. 타고난 본성은 악했지만 후천적 노력에 의해 선해졌다고 여긴 순간 상대방은 여전히 악한 본성을 개선치 못한 패악한 무리로 내몰리곤 한다. 그리고 역사가 웅변해주듯, 권력이나 재력이 센 자들이 스스로를 선하거나 선해졌다고 여기면 십중팔구 배척과 억압이 발생됐다. 

어디 문명과 문명 사이에서만 그러했겠는가.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사이는 물론 국가와 지역,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도 선과 악의 이분법적 나눔 아래 헤아릴 수 없는 충돌과 분쟁, 갈등과 폭력의 역사가 이어져왔다. 선악이라는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는 시선에게 대화나 타협 같은 인문적 행위는 그저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타고난 본분대로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채 각자의 생존을 펼쳐가는 사회가 차라리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 할 수도 있다. 갈수록 다원화 되고 세계화가 일상이 된 지금-여기와 형편과 더욱 잘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 본성에 대한 한비자의 통찰이 나름 일리 있는 이유다. 

❍ 맹자가 말했다.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능한 것, 그것이 양능이다. 헤아리지 않고도 아는 것. 그것이 양지다. 두세 살 어린애도 자기 어버이를 사랑할 줄 모르지 않고, 자라나면서 자기 형을 공경할 줄 모르지 않다.”(孟子曰,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也,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 『맹자(孟子)』 ｢진심상(盡心上)｣